태풍보다 무서운 '살인마' 폭염 | date. 2012.09.03 | view. 49,674 |
여름철 무더위는 정상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심장의 부담을 키우고 체온조절 능력을 감소시킨다. 결국 열사병을 부르거나 심혈관질환을 악화시켜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폭염은 ‘살인마’로도 불린다.
지구가 점차 뜨거워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크게 늘고 있다.
지난 2003년 폭염으로 유럽 8개 나라에서만 3만5,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올 여름에는 일본에서 일사병으로 약 3만2,000명이 병원에 입원한 끝에 500여명이 숨졌다.
우리나라에서도 1994년 7월 이상고온현상으로 일주일 넘게 기록적인 무더위가 이어진 적이 있다. 당시 서울에서만 450명 정도가 폭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특히 64세 이상의 노약자 사망률은 앞선 3년(91~93년)과 비교해 104%나 늘었다.
폭염의 경우 피해자가 숨진 이후에야 사망원인을 역으로 파악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는 데다 94년 이후 별다른 피해가 없었기 때문에 보통 심각한 자연재해로 인식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난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서울과 대구 등 4개 도시에서의 사망원인을 분석한 결과 여름철 열병 관련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2,100여명으로 태풍과 홍수 등으로 인한 사망ㆍ실종자 1,300여명보다 1.6배 높았다.
폭염은 이미 일반적인 풍수해보다 더 큰 인명피해를 내는 재난이 됐다.
더욱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 강력한 폭염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국립기상연구소의 쇼지 쿠수노키 기후연구부 제1연구실장은 “한국의 여름은 점차 폭염으로 인한 홍수 피해가 늘어나는 동시에 열파로 인해 폭염이 나타나고 굉장히 무더운 날이 늘어나면서 일사병이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2033년부터 51년 사이 여름철 폭염으로 서울지역에서만 매년 300명 이상, 많게는 640명이 숨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와 있어 폭염은 더 이상 방관할 문제가 아니다.
◈질병과 가뭄 등 새로운 개념의 재난에도 대응해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가 온대성 기후에서 아열대성으로 바뀌면서 과거에 많이 유행하지 않던 질병도 창궐하고 있다. 질병도 이제는 재난의 한 범주가 된 것.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장재연 교수는 “아예 새로운 질병이 발생한다기보다는 기온이 점차 높아지면서 기존 질병 가운데 퇴치됐다고 생각했던 게 다시 출현하기도 한다”면서 “대표적인 건 말라리아, 쯔쯔가무시, 한타바이러스 등이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990년 출현한 말라리아 환자는 2006년 2,000명을 넘어섰고 진드기 매개 전염병인 쯔쯔가무시증 환자도 96년 첫 관측된 이래 2007년 6,400명선으로 크게 늘었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대비책도 마련돼야 한다. 국립기상연구소 권원태 소장은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 같은 양의 비가 내려도 가뭄이 심해질 수 있다”면서 “가뭄은 결국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물과 식량 부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로 약 800조원이 넘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기존 자연재해는 물론 폭염과 질병, 가뭄과 같은 신종 재난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하고, 나아가 안전한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통합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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