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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난민, 난민화되는 삶』 출간되었습니다! date. 2020.06.08 view. 16,160
  • 작성자. 다중지성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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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제주도에 예멘 난민 500여 명이 도착하다
2018년 6월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 500여 명은 한국 사회가 처음으로 마주한 ‘집단난민’의 경험이었다. 예멘 난민 수용 반대 청원에 71만 명이 참여하면서 한국 사회가 원래 지니고 있었던 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난민을 향해가기 시작했다. 여성에 대한 혐오가 있던 자리를 난민이, 성소수자가 대체해 가는 상황 속에서 ‘상호교차성’에 대한 논의가 부상했지만, 반면에 소수자와 소수자를 대립시키는 포퓰리즘도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 책의 필자들이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난민×현장>이 난민운동과 다른 소수자 운동(여성, 장애, 동물, 성소수자, 병역거부)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던 것은 이러한 상황 때문이었다.

난민과 다른 소수자의 ‘접점’을 모색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러나 난민과 여성, 난민과 장애, 난민과 동물, 난민과 성소수자...와 같은 식으로 난민과 다른 소수자의 ‘접점’을 모색하려 했던 처음의 기획은, 난민다움, 여성다움, 성소수자다움 등 ‘~다움’을 그/녀들에게 밀어 넣고, 그러한 말로는 결코 표현될 수 없는 내재적 경험의 다채로운 색깔과 깊이를 부정하는 것이 될 수 있었다고 필자들은 회고한다. <난민×현장>은 소수자 운동이 ‘정체성’을 투쟁의 기반으로 삼아, 고정된 정체성을 벗어난 관계를 만들어 왔음을 이해하고 있었다. 따라서 ‘정체성 정치’를 단지 비판하기만 하는 논의와는 거리를 뒀다. 그러나 담론의 층위에서 소수자들 사이의 ‘접점’을 모색하는 것은 ‘정체성’을 고정된 것으로 만들거나 소수자들 사이의 피해의 무게를 재거나 소수자 사이의 대립을 양산하는 포퓰리즘과 연결될 위험이 있었다.

어떻게 난민화되는가를 질문하는 토론 공통장을 모색하다
따라서 <난민×현장>은 ‘어떻게 난민화되는가’를 계속 질문하면서 각각이 놓여 있는 몸의 자리에서 출발하여 사유와 활동을 전개하려고 했다. 또한 티치인이라는 형식을 전유하여, 아카데미의 안팎이나 연구자와 활동가 등 상이한 위치와 입장을 가진 존재들이 민감한 사회 이슈에 대하여 안심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통장을 모색했다.
난민과 ‘우리’의 간극을 인식하게 하는 ‘왜 하는가’라는 물음은, ‘그래도’라는 반작용으로 되돌아오곤 했다. 이 책의 제목 『난민, 난민화되는 삶』은 이러한 멀어짐과 다가감의 반복적인 움직임을 담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동어반복처럼 보일 수도 있는 이 제목이, <난민×현장>에게는 각자가 서 있는 자리에 대한 자각과 난민의 상태 사이에서 갈등했던 결코 안정될 수 없는 장소였다. 그러나, 아니 바로 그렇기 때문에, ‘왜’라는 질문은 난민들이 있는 자리로부터 <난민×현장>을 멀어지게 한 것이 아니라, ‘그래도’라는 속삭임을 재차 확인하면서, 스스로의 난민화된 삶과 만나고 난민들의 곁에 서도록 촉구하는 힘이었다고 믿는다.

‘난민’과 ‘난민화되는 삶’의 간극에 부피와 무게를 부여하다
『난민, 난민화되는 삶』은 아카데미 안팎, 활동가와 연구자, 난민과 난민화되는 삶의 간극에서 부딪쳤던, 사유·활동·마주침의 한계-접점들을 담고 있다. 이 한계-접점들은, <난민×현장>이 난민 및 난민화되는 삶에 다가갔고 또 다가갈 수 없었던 지점들을 선명하게 표시한다.
만약 『난민, 난민화되는 삶』이 2018년 이후 난민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다각적으로 조명하며 발행되었던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모두가 좁히려고 하는 난민과 난민화되는 삶, 난민과 ‘우리’, 활동가와 연구자, 당사자와 연구자 등이 부딪치면서 생기는 간극을 확 벌려서, 그 지점에 부피와 무게를 부여하려 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이 한계-접점을 더 깊이 파고들면서 <난민×현장>은 각각의 ‘몸’이 놓인 자리를 인식하는 동시에, 바로 그 자리로부터 이탈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조금씩 상상할 수 있었다.

혐오발언이 난무하는 시대에 공통의 장소는 어떻게 가능할까?
혐오발언의 대상이 여성에서 난민으로, 다시금 성소수자로 연쇄되는 과정 속에서 혐오발언의 또 하나의 양상이 대두했다. 그것은 난민과 여성을, 난민과 노동자를, 난민과 청년을, 소수자와 소수자를 대립시키는 포퓰리즘이다. 『난민, 난민화되는 삶』은 소수자들 사이의 거짓 대립을 증폭시키는 혐오 발언의 포퓰리즘적 확산을 첨예하게 비판하고, 공통의 저항의 장소를 만들어 보려는 노력을 담았다.
이 책은 정체성에 고착되고 각 그룹의 피해의 경중을 재는 폐쇄적인 운동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지만, 각각의 몸이 놓여 있는 장소가 서로에게 사유의 그물이 되고 투쟁의 공통장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모색했다. 이러한 시도와 실패들은, 점차 공통장이나 공론장이라는 오프라인의 관계 맺기가 어려워져 가고 혐오발언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관계 맺기의 욕망과 윤리를 고민하면서 투쟁의 장소가 지닌 역사성을 질문하게 한다.
이 책은 누가 난민인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난민화하는 조건을 살핀다. 이를 통해 교차하는 권력의 억압과 착취를 비판하는 한편, ‘증언’을 듣고 말하는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증언’을 당사자에게 귀속시키고 절대적인 진리로 삼는 것이 아니라, 증언을 둘러싼 여러 관계 속에서 ‘증언’의 공통장을 만들어가려는 것이다.

글쓴이

김기남
공동설립자로 <아디>에 참여하고 있으며 난민 캠프의 수백 명의 로힝야 생존자들을 법률대리하는 그러나 이들과 만나면 항상 우는 울보 변호사.

김현미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젠더의 정치경제학, 이주,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다. 현지조사 방법론을 활용하여 결혼이주여성, 경제 이주자, 미등록이주자, 난민 등 한국의 다양한 이주자를 연구해 왔다.

도미야마 이치로(冨山一郎, とみやま いちろう)
도시샤대학 글로벌 스터디즈 연구과 교수. 한국어로 번역된 저서로는 『전장의 기억』(2002), 『폭력의 예감』(2009), 『유착의 사상』(2015) 등이 있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인간의 존엄에 던져진 질문들에 정직하게 답하고 싶다. 평등에 도전하는, 세상을 바꾸는 힘들을 연결하는 데 관심이 많다.

송다금
문학연구자.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동물담론을 공부한다.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 그리고 비인간동물 간 역학관계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며, 특히 동시대 소설 및 영화에 관심이 많다.

신지영
한국근현대문학과 동아시아근현대문학·사상·역사 전공.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조교수. 1945년 전후 한국과 동아시아의 마이너리티 코뮌의 형성·변화와 이동, 접촉의 사건을 동아시아 기록문학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고 있다.

심아정
독립연구활동가. 동물, 여성, 폭력을 키워드로 공부와 활동을 이어가면서 미군이 떠난 동두천과 부평을 오가며 아카이빙 작업을 하고 있다.

이다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전문사 졸업, 시각예술가. 2010년대 이후 미디어 환경에서 등장한 서브 컬쳐 및 미시적 개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용석
2003년 <전쟁없는세상>이 만들어질 때부터 줄곧 <전쟁없는세상>에서 활동해 왔고, 중간에 출판사를 다니며 노동조합 활동도 했다. 지금은 <전쟁없는세상> 병역거부팀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고 비폭력 트레이닝 트레이너로도 활동 중이다.

이지은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특히 국가 경계에 놓인 여성의 삶에 관해 관심이 많고, 이와 관련된 글로는 「조선인 ‘위안부’, 유동하는 표상」(2018), 「‘교환’되는 여성의 몸과 불가능한 정착기」(2017) 등이 있다.

전솔비
연세대학교 비교문학 협동과정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동시대 예술에서 경계와 타자의 문제를 연구하며 소수자운동과 시각문화의 접점에서 공유되는 언어에 관심을 두고 있다.

쭈야
<전쟁없는세상> 무기감시캠페인팀 코디테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로 소수자와 약자의 이야기를 담는 연극 연출가로도 살아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해외 무기 거래 저항행동 연대에 관심 있으며, 상담심리학 공부를 하고 있다.

추영롱
베를린 자유 대학교에서 철학 공부를 하고 있으며, 주제는 ‘정치적 존재론’과 ‘헤게모니 비판’이다. 독일어 통번역가이자 독일어권에서 유일하게 한반도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잡지 『코리아 포룸』(Korea Forum)의 편집자이다.

심정명 (옮긴이)
일본 도시샤대학교 외국인 연구원. 도미야마 이치로의 『유착의 사상』, 기시 마사히코의 『처음 만난 오키나와』, 교고쿠 나쓰히코의 『후항설백물어』 등을 번역했다.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마이너리티 코뮌』(신지영 지음, 갈무리, 2016)
『증언혐오』(조정환 지음, 갈무리, 2020)
『까판의 문법』(조정환 지음, 갈무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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