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4일 우즈베키스탄을 찾아 헬리콥터로 아랄해를 시찰한 뒤 충격을 받았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담수호였던 아랄해의 옛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수량은 급격히 줄고, 염도는 높아져 민물고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랄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면서 어획량과 관광객이 감소했고, 주변 도시와 마을은 사라지거나 황폐화됐다.
반 총장이 방문한 무이낙 마을도 한때 아랄해의 아름답고 넉넉한 어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래만 남은 내륙의 쇠락한 마을로 변했다. 주민들은 반 총장에게 어렸을 때 아랄해에서 놀았던 것을 회상했다. 그들은 물이 줄어든 뒤 건강이 악화됐다면서 유엔이 지역 물 분쟁을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반 총장은 아랄해를 돌아 본 뒤 “아랄해 생태계 파괴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 지구상 최악의 환경 재앙의 하나”라며 아랄해를 살리기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랄해를 끼고 있는 중앙아시아 정상들이 함께 문제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을 촉구한다”고 주변 국가들의 협력을 당부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이 전했다.
아랄해 황폐화는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됐다. 카스피해 동쪽으로 기후가 삭막한 중앙아시아 중심부에 자리한 아랄해는 1960년까지만 해도 해발 53m, 면적은 6만8000㎢였다. 시르다리야 강과 아무다리야 강 등에서 흘러드는 풍부한 물 덕택에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담수호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전체 수량의 90%가 줄어 ‘지구의 가장 충격적인 환경 재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아랄해가 사라지는 건 러시아 정부 때문이었다. 옛 소련 당시 목화 생산 장려 등 농업관개를 위해 댐을 세우고 물길을 농지로 돌렸다. 아랄해로 들어오는 시르다리야 및 아무다리야 강의 물길을 바꿨고, 아랄해 수위가 급격히 낮아졌다. 지금은 호수 면적이 종전의 10% 정도로 줄었다. 염도가 높아져 물은 마실 수 없게 됐다. 민물고기도 살기 어려워 풍부했던 철갑상어 돌잉어 유럽잉어 등의 어류는 멸종했다. 아랄해가 말라가면서 주변 지역의 기후도 달라졌다. 겨울은 더 추워졌고 여름은 무더워졌다.
반 총장은 “세계에서 유례를 볼 수 없는 최악의 환경재해로 매우 충격적”이라며 “세계 지도자들과 마주 앉아 속히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엔의 모든 기구가 지원과 기술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